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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01 버스기사 아저씨
2010. 8. 1. 20:08
양평군 양평읍 읍내는 신호등이 없다. 언제 차도로 튀어(?)나올 지 모르는 보행자들이 걱정되어서인지 읍내의 차들은 서행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오늘은 희안한 경험을 했다. 우리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읍내로 가는 차를 기다리는데 10분이나 늦게 온 버스의 기사는 내가 탈 당시부터 씩씩대고 계셨다.

무엇이 그리 급했을까? 평평하지도 않은 시골 국도 길에서 온갖 힘을 다해 밟으셨다. 맨 뒷좌석에 탔던 나는 방지턱을 지나갈 때 마다 허리에 통증을 느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지만 그건 큰 대수가 아니었다. 양평군에는 아직도 노년층의 인구가 상당히 많은 편인데 앞좌석에 타 계시던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좌석에서 떨어지지 않으시기 위해 손잡이를 온 힘을 다해 잡고 계신 모습을 보니 안타깝기도 하거니와 치가 떨렸다.

그때까 지만 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 데서 그치려고 했다. 아니, 쉽사리 그칠 순 없었지만 그래도 오늘 할 일이 많은 나였다. 그러나 버스기사는 이미 이성을 잃어 운행 도중 자신이 끼어 든 잘못을 모르고 버스를 정차해 자신의 난폭한 운전에 떨고 있던 차 안의 운전자에게 욕설, 협박을 했다. 아예 버스에서 내려 그의 차 앞에 큰 벽돌을 놓아 출발할 수 없게 한 후 창문에 주먹질을 해대고 으름장을 놨다. 그의 추행은 버스 안에 있던 나와 다른 승객들에게도 정확하게 목격되었다.

계속 씩씩거리며 욕설을 짓거리던 버스기사가 돌아오자마자 나는 자리를 옮겨서 이용불편신고서와 버스정보란이 가까운 좌석으로 옮겼다. 그의 차량/개인정보를 엽서에 받아적는 데 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목적지까지 와서 내린 나는 그의 추한 행동에 메스꺼웠지만 그래도 점심시간이라 배고팠던 나머지 짜장면집으로 들어갔다. 점심을 다 먹자마자 곧바로 양평군청 5층 교통관리부서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버 스기사는 내가 신고서를 뽑는 것을 봤겠지만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아마 속으론 말 없이 차량번호를 받아적는 나의 차가운 모습에 인간적인 넓은 아량을 바랬을 지도 모른다. 아니면 오늘 재수 없는 날이라며 욕을 했을지도 모르고. 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려면 먼저 스스로가 인간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시 오늘 나와 함께 버스를 탄 할머니들이 그 버스기사의 난폭한 운전으로 인해 허리에 디스크라도 걸리셨다면 더욱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그나저나 여름방학이 되어 한국에 온 후 느끼는 건 예전처럼 버스기사와 승객들 간의 정겨운 대화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원래부터 없었을 지도 모르지만, 최소한 탑승할 때 인사를 주고받았던 정겨운 모습이 그리운 요즘이다.

오늘도 난 버스를 타며 '안녕하세요!' 하고 먼저 인사를 건넨다.

Created by Yunho 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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