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이유로 최근 바쁜 나날들을 보내느라 그동안 블로그에 소홀했는데 오늘은 왜 바빴는지에 대한 나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최근 유학생으로서, 그리고 편입생으로서 새롭게 부딪히게 되었던 어려움은 벌써 3학년이 되었다는 사실과, 직업전선에 곧바로 뛰어들기 전에 사람들간의 인맥Network가 좀 더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나는 현재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 있고 졸업한 뒤 미국에서 직장을 구할 생각을 하고 있다. 

나의 경우에는 2년 반 가량을 다른 학교에서 지냈고 편입하면서 전공 금융Finance으로 바꾸었기 때문에 전공과 직접 연결되는 인맥이 특히 부족함을 느꼈다. 학기가 시작하기 전 미리 학교 법률 서비스에 부탁해 외국인으로서 직업을 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변호사 상담을 받은 후 얻은 교훈도 물론 네트워크였다. 한국에서 소위 말하는 학연이나 지연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여기서 네트워크는 내가 커리어를 한 발씩 밟아나감에 따라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혹은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비록 현재로서는 도움을 받는 입장일지라도) 핵심적인 인맥을 뜻한다.

Career Fair

대규모의 직업박람회Career & Internship Fair의 예 http://bit.ly/9Rhegl


화요일에는 연례행사인 직업박람회Career & Internship Fair에 참석했다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한 기억이 없어서 한글 표기가 맞는 지 모르겠다). 70여 회사의 리크루터Recruiter들이 회사의 각 회사 테이블 패널을 만들고 학생들의 이력서를 받고 궁금한 사항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이에 명함을 요구하면 명함을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준비해오지 않은 리크루터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준다.

이전에 있던 학교의 박람회 규모는 대략 20여개 회사 정도였고 자그마한 회사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글로벌 기업의 시작이 된 회사들이 많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미네아폴리스의 박람회는 월마트의 주요 경쟁자로 알려져 있는 타겟Target, 미국 최대의 전자제품 소매상인 베스트바이Best Buy, 포스트잇으로 더 유명한 3M등 포춘 500 리스트에서도 접해봤을 법한 유수의 기업들이 많이 참가했다.

각 회사에서 온 리크루터들을 만나기 전에 나는 먼저 내 전공을 뽑는지, 신입사원 혹은 인턴사원 채용인지, 내가 맡고 싶은 직종의 일인지 등을 기준으로 25여 회사들로 추려낸 후 한 회사씩 찾아갔다. 직업박람회의 특징은 보통의 채용인터뷰와는 다르게 학생들이 회사의 리크루터들에게 궁금한 사항을 많이 물어보는게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나는 한명 씩 웃으며 악수를 건네고 내가 궁금한 사항, 맡을 수 있는 직종의 구체적인 특징, 시간을 내주어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명함을 통해 추후에 연락을 할 수 있는 지 물어 보았다.

그 날 박람회에서 얻은 경험과 정보를 토대로 인맥의 구축 이외에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우선은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없는 나는 병역의 의무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인 것 같다. 인턴십은 대개 4학년 졸업 후 바로 일을 같이 할 사람들을 미리 1년 전에 직접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하는 성향이 강하므로 주로 3학년 여름 때에 채용한다. 그러나 나의 경우에는 내년 여름에 인턴십을 하더라도 2년간 군대로 갔다 와야 하는 상황이니 나에게 인턴십을 주었다가는 그들에게 비용적인 손해인 셈이다. 우선 편입 문제를 확실히 하기 위해 미루어 두었던 병역에 대한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현재는 미국이 불경기 상황이기 때문에 2년간 군대에 있으며 미국의 직업시장을 눈여겨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경험이다. 내 스스로의 이력서를 쓸 때 학교 교재에 나와 있었던 아주 잘 쓴 축에 속하는, 그리고 성공적으로 취직에 성공한 학생들의 이력서를 참고했다. 대부분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분야의 인턴십이나 활동 경력이 최소 1-2개 쯤 되는 것 같았다. 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나의 현실을 직시하고 졸업 전에 최대한 양질의 경험을 쌓는 데에 주력해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 미국에서 학력에 의한 차별은 한국과 같이 존재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학력을 갖고 있더라도 자신들이 뽑는 분야의 경험이 없다면 리크루터들의 입장에서도 그것은 바람직한 인사가 아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일을 정확히 하고 이에 대한 경험을 하나 둘 성실하게 쌓아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란 생각을 했다.

한국인 유학생으로 대학교 3-4학년이 되면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스스로 이러한 고민은 좀 더 일찍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만약 '4학년 때 어떻게 되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학기공부에만 집중을 하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니 끔찍했다. 높은 GPA는 기업들의 최우선적인 고려 요소가 아니다. 내가 박람회에서 만난 대부분의 리크루터들이 자신에게 결정권이 주어진다면,

1. 아는 사람인지,
태도나 성격 등 같이 인턴십 등을 통해서 직접 겪어 본 사람이나 추천등을 통해 소개받은 사람을 뽑는 것이 더욱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뜻이다. 일찍 네트워크를 쌓기 시작하는 것이 아주 중요할 것 같다.

2. 관련 분야의 경험이 있는지,
미국에서 경험은 아주 중요한 사항이다. 학력이나 학점을 커버할 수 있는 훌륭한 경험을 갖고 있다면 채용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3. 직종과 관련있는 전공인지,
전공의 차별과는 달리 기업에서 현재 원하는 직종과 어느정도 매치가 되는지 정도를 본다. 예를 들자면 물리학과 졸업생들 중에서 인사담당 신입사원을 뽑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4. 남들과 뚜렷히 구별되는 차이점이 있는지,
수많은 구직자들과 구별되는 나만의 장점을 조금 더 부각시킬 수 있어야 한다. 수 많은 금융전공 졸업자들을 놔두고 미국 학생들에 비해 영어가 부족한 나를 뽑아주려면 이유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등을 우선적으로 본다고 했다. 금융학부 3학년생이기 이전에 구직자로서 나에게 부족한 점은 현재 아주 많다. 그렇더라도 내가 가진 단점을 모두 커버하려는 노력 대신, 내가 지금까지 경험했던 것을 토대로 발견한 나의 장점들을 더욱 갈고 닦으며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내 스스로가 당당해야 경쟁적인 미국이라는 타지에서 나의 유일한 희소가치Uniqueness를 가감 없이 어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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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습하고 어두운 곳 구석구석에는 우리가 꺼려하는 해충들이 살기 마련이다. 우리집 지하실에는 곱등이라는 녀석들이 있는데 나는 처음에 우리집 주위에 논이나 밭이 있고 산 속에 위치하고 있어서 귀뚜라미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들의 실체를 알게 된 건 얼마 전이었다. 점점 숫자가 많아지고 몸집이 커지는 녀석들을 제거하기 위해 인터넷에 귀뚜라미 박멸법을 찾아봤는데 잘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귀뚜라미는 잡을 필요가 없으며 가정 집으로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집 지하실에 있는 녀석들의 이름은 귀뚜라미가 아니라 곱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곱등이의 모습 - 사진 출처: http://bit.ly/ddh4KY


간 략한 설명을 하자면 이 친구들은 한국, 일본, 대만 등지에서 서식하며 귀뚜라미나 메뚜기의 친척뻘 되어 높이 점프할 수 있지만 날개가 없어 날지 못하고 울음소리가 없다 (매우 조용한 편이다). 옅은 갈색으로 등이 굽은 모습때문에 곱등이(혹은 곱뜽이)로 불리며 시각이나 청각이 퇴화하여 자신의 몸길이보다 긴 더듬이로 모든 감각을 느낀다. 다른 벌레들의 시체나 쓰레기 등을 먹고 살기 때문에 청결하지 못하며 몸 안에는 간혹 ‘연가시’라고 불리는 길다란 실 처럼 생긴 선충류의 생물이 있어 곱등이를 잡으면 가끔 몸 속에서 나오기도 한다. 연가시는 메뚜기와 같은 곤충들의 몸 안에 서식하는 기생충으로 숙주 곤충의 뇌를 조종하기도 한다. 대략적인 정보를 접한 후 나는 바로 행동으로 옮기기로 했다. 곱등이는 에프킬라와 같은 뿌리는 형태의 해충스프레이로 죽지 않고 명확한 산란기가 없이 아무 때나 번식하기 때문에 집중적인 박멸이 불가능하다. 결국 튀어나오는 데로 한마리 한마리 잡는 수 밖에 없는데 이에 따른 준비물이 몇 가지 필요하다.


박멸을 위한 준비물: 해충스프레이, 잠자리채, 파리채, 휴대용 랜턴(선택)


우선 해충스프레이는 여러가지 선택이 있는데 분사되는 세기가 약한 것 보다는 강하게 분사되는 쪽이 좋다. 확실히 죽지 않는데 왜 스프레이를 쓰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는데 확실히 죽지는 않지만 그들이 싫어해서 발버둥 칠 만큼 가공할 데미지를 주기 때문이다. 우선 곱등이는 어둡고 습한 곳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다는 사실을 숙지하고 어두운 상황이 되어야 (랜턴 정도만 켰을 때) 구석에서 넓은 곳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너무 어두워 곱등이를 볼 수 없을 정도라면 그냥 불을 켜고 잡아도 상관없다). 곱등이가 발견되면 최대한 조용히 다가가 잠자리채로 덮는다. 아마 더듬이로 상황을 파악한 후 점프를 하거나 기어다닐 수 있는데 잠자리 채를 뚫을 만큼 강하지는 않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 그 후 파리채로 몸통이 터지지 않게 살짝 가격해 기절 시키면 되는데 팔짝팔짝 뛰며 가만히 있지 않는다면 스프레이를 살짝 뿌려준다. 스프레이를 뿌리면 마지막 발악으로 더 높이 점프하다가 이내 힘이 약해진다. 온 몸이 더러운 해충이기 때문에 최대한 터지지 않게 (만약 터졌다면 잡은 곳을 더욱 신경써서 깨끗이 청소해야 한다), 몸에 닿지 않게 휴지로 잘 감싸서 화장실 변기에 넣고 물을 내리는 것이 가장 좋다.


다시 순서를 설명하자면,


1. 그들이 좋아하는 어두운 환경을 조성한다.

   (Tip: 곱등이를 찾기 위한 최소한의 조명은 필요)

2. 조용히 접근한 후 먼저 잠자리채로 가둔다.

3. 파리채나 스프레이로 기절시킨다.

4. 잠자리채를 열어 터지지 않게 조심히 휴지로 싼다.

   (Tip: 잡은 후 그 자리를 깨끗하게 청소)

5. 화장실 변기에 처리한다.


여담이지만 세스코(Cesco)라는 해충관리 업체가 있다. 여기에 곱등이를 잡아달라고 문의하면 처리 후에도 또 다시 나올 염려가 있기 때문에 (또 나오면 환불을 해줘야 하니까) 잘 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곱등이가 이 업체가 주로 잡는 바퀴벌레보다 한수 위인 것은 분명해보인다. 곱등이를 박멸하기 위해선 이들의 징그러운 외모나 사람 몸 쪽으로 점프하는 (시력이 없기 때문에 우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소 혐오스러운 특성에 굴하지 않고 대담하게 잡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곱등이를 잡는 가장 좋은 방법은 꼭 잡고자 하는 사람의 불과 같은 절실한 의지(?) 아닐까?

 

P.S. 곱등이에 관련된 경험이나 곱등이를 잡는 더 좋은 방법을 알고 계시다면 댓글/관련글로 나눠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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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1. 20:08
양평군 양평읍 읍내는 신호등이 없다. 언제 차도로 튀어(?)나올 지 모르는 보행자들이 걱정되어서인지 읍내의 차들은 서행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오늘은 희안한 경험을 했다. 우리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읍내로 가는 차를 기다리는데 10분이나 늦게 온 버스의 기사는 내가 탈 당시부터 씩씩대고 계셨다.

무엇이 그리 급했을까? 평평하지도 않은 시골 국도 길에서 온갖 힘을 다해 밟으셨다. 맨 뒷좌석에 탔던 나는 방지턱을 지나갈 때 마다 허리에 통증을 느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지만 그건 큰 대수가 아니었다. 양평군에는 아직도 노년층의 인구가 상당히 많은 편인데 앞좌석에 타 계시던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좌석에서 떨어지지 않으시기 위해 손잡이를 온 힘을 다해 잡고 계신 모습을 보니 안타깝기도 하거니와 치가 떨렸다.

그때까 지만 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 데서 그치려고 했다. 아니, 쉽사리 그칠 순 없었지만 그래도 오늘 할 일이 많은 나였다. 그러나 버스기사는 이미 이성을 잃어 운행 도중 자신이 끼어 든 잘못을 모르고 버스를 정차해 자신의 난폭한 운전에 떨고 있던 차 안의 운전자에게 욕설, 협박을 했다. 아예 버스에서 내려 그의 차 앞에 큰 벽돌을 놓아 출발할 수 없게 한 후 창문에 주먹질을 해대고 으름장을 놨다. 그의 추행은 버스 안에 있던 나와 다른 승객들에게도 정확하게 목격되었다.

계속 씩씩거리며 욕설을 짓거리던 버스기사가 돌아오자마자 나는 자리를 옮겨서 이용불편신고서와 버스정보란이 가까운 좌석으로 옮겼다. 그의 차량/개인정보를 엽서에 받아적는 데 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목적지까지 와서 내린 나는 그의 추한 행동에 메스꺼웠지만 그래도 점심시간이라 배고팠던 나머지 짜장면집으로 들어갔다. 점심을 다 먹자마자 곧바로 양평군청 5층 교통관리부서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버 스기사는 내가 신고서를 뽑는 것을 봤겠지만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아마 속으론 말 없이 차량번호를 받아적는 나의 차가운 모습에 인간적인 넓은 아량을 바랬을 지도 모른다. 아니면 오늘 재수 없는 날이라며 욕을 했을지도 모르고. 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려면 먼저 스스로가 인간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시 오늘 나와 함께 버스를 탄 할머니들이 그 버스기사의 난폭한 운전으로 인해 허리에 디스크라도 걸리셨다면 더욱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그나저나 여름방학이 되어 한국에 온 후 느끼는 건 예전처럼 버스기사와 승객들 간의 정겨운 대화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원래부터 없었을 지도 모르지만, 최소한 탑승할 때 인사를 주고받았던 정겨운 모습이 그리운 요즘이다.

오늘도 난 버스를 타며 '안녕하세요!' 하고 먼저 인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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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1. 20:06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혹은 다른 어느 곳에 글을 쓰건 맞춤법이나 철자는 글쓰기가 서툰 나의 최대의 관심사 중 하나이다.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빠르게 쓰는 습관이 익숙한 탓인지 한 번 글을 쓰고 나면 한 두번 훑어보며 출판하기 직전까지 리뷰를 하는 것이 하나의 습관이 되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영어로 글을 쓰다보면 종종 한글도 영어의 어순으로 적고 블로그를 쓰다보면 그 반대가 되곤 한다. 아직 눈에 띄게 어설프기 때문일게다. 오늘은 영문학 책도 눈에 잘 안들어오는데 글쓰기에 관련된 책이나 읽으며 잠들까 한다.

P.S. 제 부족한 맞춤법/철자에 대한 여러분의 충고, 항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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