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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30 포스퀘어로 이곳저곳, 시카고 자전거 여행
지금도 가끔 미국인들이 내 영어를 듣고는 '다시 한번 말해줄래요?' 라고 되묻곤 하지만, 미국에 갓 왔을 당시인 2년 반 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서툴렀다. 이 때문에 ESL이라고 불리는 영어수업을 본과 수업과 병행하면서 배웠는데, 나는 그 때 문득 '아무리 쓰고 읽을 줄 알아도 말이 안되면 기본적인 생활이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미국에서의 첫 학기가 끝나고 나는 미국 동부로 한 달동안 나홀로 배낭여행을 계획했는데 그 주된 이유는 새로운 세계로의 체험이라는 거창한 목적보다는 사실 영어의 실전 연습 쪽에 더 가까웠다.

미시간 호수에 위치한 시카고의 개인 요트 정박소


시카고는 나의 한 달의 여행기간 중 총 일주일을 머물렀을 정도로 좋아했던 도시이다. 미시간 호수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쐬던 그 기억은 너무도 선명했다. 이번 여름 방학이 끝나고 미니에폴리스에 있는 학교로 돌아가던 중 우연히 내 항공 티켓이 시카고를 경유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어차피 아파트의 입주날짜도 조금 남았던 상황이라 나는 큰 망설임 없이 이틀간 시카고에 머무르기로 했다.

루프Loop 지역을 돌아보던 중 때마침 트랜스포머 3를 촬영하고 있는 광경을 보았다.


시카고는 뉴욕과 LA에 이어 미국 제 3의 도시이다. 그러나 바다에 근접한 다른 두 도시에 비해 내륙 중앙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비교적 비미국적인 문화들과의 혼합Hybrid Culture이 가장 덜한, 미국적인 특징이 강한 도시이다. 19세기에 있었던 시카고 대 화재사건 이후 모든 것이 타버린 대지 위에 새로이 건물들을 쌓아올려야했던 시카고는 100년이 지난 현재, 세계 어느 도시에도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스카이라인과 건축물 관광자원을 갖고 있으며 매년 관광객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나는 담배갑 모양을 닮은 시어즈 타워Sears Tower로 대표되는 시카고의 멋진 건축물들을 사실은 이번에 다시 한번 둘러보고 싶었다. 그러나 첫 날 밤에 도착하여 세쨋 날 새벽에 떠나는 2박 3일 일정, 실질적으로 하루의 시간 밖에는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선택의 폭을 좁혀야 했다. 결국 자전거를 타고 지난 여행에서 서둘러 지나가며 보지 못했던 시카고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천천히 감상하기로 했다.

이 정도면 뉴욕을 제외하고 살인적인 물가로 손 꼽힐만한 수준 아닌가?


유명한 락앤롤 맥도날드가 있는 시카고에는 맥도날드 자전거 센터McDonald's Cycle Center라는 대여소도 있다. 과연 맥도날드 본사에서 운영되는지, 이름만 맥도날드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밀레니엄 공원Millennium Park에 위치한 이 곳에서 자전거를 빌려 바람을 가르며 달릴 생각에 한 껏 들떠있었다. 시간 당 12달러 50센트면 미시간 호숫가를 따라 멋진 자전거 여행이 가능하다.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기 위해 입고 있던 청바지를 무릎까지 접어올린 어색한 라이더인 나와는 달리, 미시간 호수의 자전거 코스에는 경륜선수에 버금가는 실력을 가진 자전거 라이더들이 많았다. 예를 들면, 힘껏 달리다가 다리가 너무 아파서, 혹은 경련을 일으키는 엉덩이 근육에 통증을 호소하며 쉬는 셈 치고 잠시 천천히 달리면 뒤쪽에서 어김없이 I'm on your left! (왼쪽으로 지나갈게요) 하면서 바람을 일으키며 나를 추월하기 일쑤였던 것이다.

포스퀘어에 이미지를 함께 업로드하면 여행 중의 기억을 되살리기 쉽다.


멀지 않은 미래에 시카고에서 사는 꿈을 갖고 있다.


시카고에 있는 동안 내내 스마트폰으로 포스퀘어Foursquare 서비스를 통해 유명한 곳들을 체크인했는데 이러한 방법이 여행의 기억을 되살리는데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트위터Twitter로 그날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는 습관이 있는데 포스퀘어 또한 이와 같은 방식으로 나만의 개인화된 여행 아카이브Archive를 만들 수 있음을 깨달았다.
Created by Yunho 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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