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우뇌형보다는 좌뇌형의 두뇌를 가진 인간이라고 확신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내가 미술 작품을 잘 감상할 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남거나 여가의 용도로는 나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현대 미술작품을 '구경' 정도 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재작년 미국 동부를 여행할 때 뉴욕이나 시카고에서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들렀던 기억이 난다.

갤러리 전경, 사진 출처: http://bit.ly/b2JksT


그러나 오늘 닥터박 갤러리를 다녀온 이유는 나의 그러한 지적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내가 사는 곳은 경기도 양평군 전수리라는 작은 마을인데, 인구가 많지 않아서인지 버스가 1시간에 한대 꼴로 오는 등 대중교통이 뜸한 편이다. 정확한 버스 시간표가 없는 관계로 한 달에 한 번 꼴로 버스를 놓칠 때가 있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휴대폰에 적어둔 버스 시간표를 보니 다음 차는 한시간이 훌쩍 넘어야 도착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나 자연으로 돌아갈래!' 와 같은 분노의 표출을 하기 위해 읍내 쪽으로 그냥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사진 출처: http://bit.ly/9x8YnN


한 5분에서 10분 걸었을까? 힐하우스라는 유명한 레스토랑에 다다를 무렵 멋드러지게 생긴 닥터박 갤러리가 보였다. 하지만 다음 버스가 오기 까지 한시간 정도만 머무르기엔 지갑 사정을 고려해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 친절하게 정문 앞에 '어른 8,000원, 어린이 6,000원' 이라는 문구와 함께 '커피나 음료 한잔 무료' 라는 매우 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양평 군민이지만 유학생의 신분으로 여름방학 때나 되어야 집에 찾아오는 처지였으므로 갤러리는 오늘과 같은 우연한 기회에 한번 들러봄직 한 곳이었다.

사진 출처: http://bit.ly/cnwK9e


우선 목이 말랐기 때문에 1층 카페에서 입장료에 포함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받아들고 2층 갤러리로 본격적인 감상을 하러 올라갔다. 도병규, 전웅, 이해민선, 고산금, 장준석, 황나현, 홍주영... 아니나 다를까? 미술에 문외한인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이름은 없었지만 새로운 느낌의 작품이 많았다. 물론 전시관 내부는 촬영을 할 수 없었다.


전시관의 3층으로 올라가면 밖으로 나가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물론 1층의 카페도 야외석이 있다). 비가 한 두방울 조금씩 내리는 시원한 날씨에 남한강 바람이 어우러져, 공짜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며 이곳저곳 훑어보던 나는 마치 무릉도원이나 산 정상에 올라선 듯한 상쾌한 느낌을 받았다. 한 시간의 휴식도 잠시, 나는 다음 버스가 올 시간이 다 됨을 알았기 때문에 급히 갤러리를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전체적인 느낌은 매우 세련되었다. 양평의 근사한 카페를 찾는다면, 그러나 평범한 곳으로 가기에 주저하게 된다면 닥터박 갤러리를 꼭 들러보길 바란다.
 
P.S. 만약을 위해 지도를 첨부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는 분은 댓글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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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레일바이크



내가 경기도 양평군 군민이긴하나 매년 여름방학 때만 와서인지 현지인에 걸맞는 지역/지리 후각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친구들이 이번에 양평에 놀러 온 것을 계기로 나도 이곳 저곳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친구가 양평 레일바이크를 검색해보고선 추천했다. 여동생 고등학교에 갔을 때 우연히 광고현수막을 본 기억이 있었다. 우리가 출발했던 중앙선 양평역에서 용문역까지는 두 역 거리라 그리 길지 않지만 2호선/중앙선 왕십리역 부터 계산하면 대략 1시간 15분(출처: 네이버지도 지하철 노선도)이 소요된다. 양평군민은 평일 30% 할인을 해주기 때문에 이사온 후 아직 거주지를 바꾸지 않았던 내 주민등록증을 들고 양평읍사무소에서 갱신했다.


지하철 중앙선 용문역에 처음 도착하면 성벽모양의 역 디자인에 반하게 될 지도 모른다. 언뜻 보면 기존의 석조물에 관통하는 철도를 깔았다는 느낌도 드는데 난 그 모습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용문역에서 약 10분간 걸으면 레일바이크를 타는 곳이 나온다. 1시간 30분마다 출발하기 때문에 지하철을 이용 할 경우 특히 출발시간표를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나와 친구들의 경우는 지하철 시간을 맞춰서 출발 20분 전에 도착했는데 대기실 내부에 무선인터넷 AP가 있었다. 노트북으로 네이버 월드컵페이지에 접속해 놓친 월드컵 하이라이트 장면들을 다시보고 있으니 출발시간이 금방 다 되었다.



앞좌석은 낮고 발을 앞으로 뻗는 반면, 뒷좌석은 자전거를 타는 것 처럼 높다. 앞/뒷좌석 모두 일반 바이크처럼 물이나 음료수를 수납하는 공간이 있고 핸드브레이크가 있었다.


 

레일바이크는 용문 - 원덕 왕복 6.4km를 운행한다. 운행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으로 원덕으로 가는 데 30분, 휴식시간 30분, 다시 돌아오는 데 30분이다.


남자는 힘!!


갈 때는 내리막 길이 많아서 페달을 밟지 않아도 적절한 속도를 내었으나 올 때는 힘이 조금 더 들었다. 그러나 바이크 자체에 기어변환을 적절히 해서인지 페달을 굴리는 일이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다.


꿀벅지를 위해서라도 끝까지 열심히 돌려야 한다...


레일바이크를 타면서 맞는 시원한 바람과 주변 자연경관을 관람할 수 있어서 좋았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오면 좋을 것 같다. 더욱 자세한 정보는 아래 레일바이크 웹사이트 링크를 참고하면 된다.


양평레일바이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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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1. 20:08
양평군 양평읍 읍내는 신호등이 없다. 언제 차도로 튀어(?)나올 지 모르는 보행자들이 걱정되어서인지 읍내의 차들은 서행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오늘은 희안한 경험을 했다. 우리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읍내로 가는 차를 기다리는데 10분이나 늦게 온 버스의 기사는 내가 탈 당시부터 씩씩대고 계셨다.

무엇이 그리 급했을까? 평평하지도 않은 시골 국도 길에서 온갖 힘을 다해 밟으셨다. 맨 뒷좌석에 탔던 나는 방지턱을 지나갈 때 마다 허리에 통증을 느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지만 그건 큰 대수가 아니었다. 양평군에는 아직도 노년층의 인구가 상당히 많은 편인데 앞좌석에 타 계시던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좌석에서 떨어지지 않으시기 위해 손잡이를 온 힘을 다해 잡고 계신 모습을 보니 안타깝기도 하거니와 치가 떨렸다.

그때까 지만 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 데서 그치려고 했다. 아니, 쉽사리 그칠 순 없었지만 그래도 오늘 할 일이 많은 나였다. 그러나 버스기사는 이미 이성을 잃어 운행 도중 자신이 끼어 든 잘못을 모르고 버스를 정차해 자신의 난폭한 운전에 떨고 있던 차 안의 운전자에게 욕설, 협박을 했다. 아예 버스에서 내려 그의 차 앞에 큰 벽돌을 놓아 출발할 수 없게 한 후 창문에 주먹질을 해대고 으름장을 놨다. 그의 추행은 버스 안에 있던 나와 다른 승객들에게도 정확하게 목격되었다.

계속 씩씩거리며 욕설을 짓거리던 버스기사가 돌아오자마자 나는 자리를 옮겨서 이용불편신고서와 버스정보란이 가까운 좌석으로 옮겼다. 그의 차량/개인정보를 엽서에 받아적는 데 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목적지까지 와서 내린 나는 그의 추한 행동에 메스꺼웠지만 그래도 점심시간이라 배고팠던 나머지 짜장면집으로 들어갔다. 점심을 다 먹자마자 곧바로 양평군청 5층 교통관리부서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버 스기사는 내가 신고서를 뽑는 것을 봤겠지만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아마 속으론 말 없이 차량번호를 받아적는 나의 차가운 모습에 인간적인 넓은 아량을 바랬을 지도 모른다. 아니면 오늘 재수 없는 날이라며 욕을 했을지도 모르고. 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려면 먼저 스스로가 인간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시 오늘 나와 함께 버스를 탄 할머니들이 그 버스기사의 난폭한 운전으로 인해 허리에 디스크라도 걸리셨다면 더욱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그나저나 여름방학이 되어 한국에 온 후 느끼는 건 예전처럼 버스기사와 승객들 간의 정겨운 대화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원래부터 없었을 지도 모르지만, 최소한 탑승할 때 인사를 주고받았던 정겨운 모습이 그리운 요즘이다.

오늘도 난 버스를 타며 '안녕하세요!' 하고 먼저 인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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