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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01 해충박멸일지 : 귀뚜라미를 닮은 곱등이 6

각종 습하고 어두운 곳 구석구석에는 우리가 꺼려하는 해충들이 살기 마련이다. 우리집 지하실에는 곱등이라는 녀석들이 있는데 나는 처음에 우리집 주위에 논이나 밭이 있고 산 속에 위치하고 있어서 귀뚜라미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들의 실체를 알게 된 건 얼마 전이었다. 점점 숫자가 많아지고 몸집이 커지는 녀석들을 제거하기 위해 인터넷에 귀뚜라미 박멸법을 찾아봤는데 잘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귀뚜라미는 잡을 필요가 없으며 가정 집으로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집 지하실에 있는 녀석들의 이름은 귀뚜라미가 아니라 곱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곱등이의 모습 - 사진 출처: http://bit.ly/ddh4KY


간 략한 설명을 하자면 이 친구들은 한국, 일본, 대만 등지에서 서식하며 귀뚜라미나 메뚜기의 친척뻘 되어 높이 점프할 수 있지만 날개가 없어 날지 못하고 울음소리가 없다 (매우 조용한 편이다). 옅은 갈색으로 등이 굽은 모습때문에 곱등이(혹은 곱뜽이)로 불리며 시각이나 청각이 퇴화하여 자신의 몸길이보다 긴 더듬이로 모든 감각을 느낀다. 다른 벌레들의 시체나 쓰레기 등을 먹고 살기 때문에 청결하지 못하며 몸 안에는 간혹 ‘연가시’라고 불리는 길다란 실 처럼 생긴 선충류의 생물이 있어 곱등이를 잡으면 가끔 몸 속에서 나오기도 한다. 연가시는 메뚜기와 같은 곤충들의 몸 안에 서식하는 기생충으로 숙주 곤충의 뇌를 조종하기도 한다. 대략적인 정보를 접한 후 나는 바로 행동으로 옮기기로 했다. 곱등이는 에프킬라와 같은 뿌리는 형태의 해충스프레이로 죽지 않고 명확한 산란기가 없이 아무 때나 번식하기 때문에 집중적인 박멸이 불가능하다. 결국 튀어나오는 데로 한마리 한마리 잡는 수 밖에 없는데 이에 따른 준비물이 몇 가지 필요하다.


박멸을 위한 준비물: 해충스프레이, 잠자리채, 파리채, 휴대용 랜턴(선택)


우선 해충스프레이는 여러가지 선택이 있는데 분사되는 세기가 약한 것 보다는 강하게 분사되는 쪽이 좋다. 확실히 죽지 않는데 왜 스프레이를 쓰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는데 확실히 죽지는 않지만 그들이 싫어해서 발버둥 칠 만큼 가공할 데미지를 주기 때문이다. 우선 곱등이는 어둡고 습한 곳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다는 사실을 숙지하고 어두운 상황이 되어야 (랜턴 정도만 켰을 때) 구석에서 넓은 곳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너무 어두워 곱등이를 볼 수 없을 정도라면 그냥 불을 켜고 잡아도 상관없다). 곱등이가 발견되면 최대한 조용히 다가가 잠자리채로 덮는다. 아마 더듬이로 상황을 파악한 후 점프를 하거나 기어다닐 수 있는데 잠자리 채를 뚫을 만큼 강하지는 않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 그 후 파리채로 몸통이 터지지 않게 살짝 가격해 기절 시키면 되는데 팔짝팔짝 뛰며 가만히 있지 않는다면 스프레이를 살짝 뿌려준다. 스프레이를 뿌리면 마지막 발악으로 더 높이 점프하다가 이내 힘이 약해진다. 온 몸이 더러운 해충이기 때문에 최대한 터지지 않게 (만약 터졌다면 잡은 곳을 더욱 신경써서 깨끗이 청소해야 한다), 몸에 닿지 않게 휴지로 잘 감싸서 화장실 변기에 넣고 물을 내리는 것이 가장 좋다.


다시 순서를 설명하자면,


1. 그들이 좋아하는 어두운 환경을 조성한다.

   (Tip: 곱등이를 찾기 위한 최소한의 조명은 필요)

2. 조용히 접근한 후 먼저 잠자리채로 가둔다.

3. 파리채나 스프레이로 기절시킨다.

4. 잠자리채를 열어 터지지 않게 조심히 휴지로 싼다.

   (Tip: 잡은 후 그 자리를 깨끗하게 청소)

5. 화장실 변기에 처리한다.


여담이지만 세스코(Cesco)라는 해충관리 업체가 있다. 여기에 곱등이를 잡아달라고 문의하면 처리 후에도 또 다시 나올 염려가 있기 때문에 (또 나오면 환불을 해줘야 하니까) 잘 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곱등이가 이 업체가 주로 잡는 바퀴벌레보다 한수 위인 것은 분명해보인다. 곱등이를 박멸하기 위해선 이들의 징그러운 외모나 사람 몸 쪽으로 점프하는 (시력이 없기 때문에 우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소 혐오스러운 특성에 굴하지 않고 대담하게 잡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곱등이를 잡는 가장 좋은 방법은 꼭 잡고자 하는 사람의 불과 같은 절실한 의지(?) 아닐까?

 

P.S. 곱등이에 관련된 경험이나 곱등이를 잡는 더 좋은 방법을 알고 계시다면 댓글/관련글로 나눠주세요. 감사합니다^^


Created by Yunho 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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