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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23 마케팅 전략의 선택과 집중 - 경영자 VS 마케터 2
경영자 VS 마케터 - 10점
알 리스 & 로라 리스 지음, 최기철.이장우 옮김/흐름출판
원제: War in the Boardroom

더 본 코리아의 브랜딩

사진 출처: http://www.theborn.co.kr/

'더 본 코리아' 라는 외식 브랜드를 아는가? 원조쌈밥집, 새마을식당, 한신포차, 해물떡찜0410, 본가 등 누구나 한번 쯤은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외식 브랜드들을 키워내 운영하는 기업이다. 논현동 먹자골목 거리를 가면 16가지나 되는 더 본 코리아의 브랜드들이 들어서있다 (mk 뉴스 기사에서 발췌, http://bit.ly/c2xbFV).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더 본 코리아의 각각의 브랜드가 내세우는 메뉴는 그 가짓 수가 적지만 각각 뚜렷한 컨셉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유명한 짬뽕 브랜드인 '홍콩반점0410' 은 짬뽕 이외에 짜장면도 함께 파는 보통의 '중국집'들과는 달리 오로지 짬뽕만 판매한다. 

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더 본 브랜드의 대박 난 브랜드와 메뉴를 한데로 모으면 여러가지 입맛을 가진 사람들을 모두 끌어모을 수 있지 않는가? 굳이 비싼 땅값을 여러군데 나눠 내며 독립적인 브랜드들을 유지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하지만 그것은 나의 설익은 판단이었다. 알 리스와 로라 리스 부부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한 가지의 카테고리 (더 본 코리아의 경우는 외식사업, 좀 더 세분화된 카테고리로서 해물떡찜 등) 에 가장 좋은 하나의 브랜드만 생각한다. '해물떡찜0410'은 해물떡찜이란 카테고리에서 독보적인 브랜드이기 때문에 누구나 그 브랜드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소비자들은 카테고리를 먼저 생각하고 특정 카테고리를 선택하면서도 그것을 입 밖에 내어 표현할 때는 브랜드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경영자와 마케터는 생각하는 구조가 다르단다. 저자는 한 가지의 브랜드로 여러가지 제품을 판매하는 '라인 확장'을 가장 어리석은 경영자의 판단으로 지적하는데 그 이유 또한 소비자들의 이런 인식 메커니즘과 연관이 깊다. 한 가지의 브랜드가 사람들의 인식 깊숙한 곳 까지 자리하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는 꾸준한 홍보와 사업의 전개로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미국인들은 콜라 하면 가장 먼저 코카콜라를 떠올린다. 오랜 시간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한 '진짜 콜라'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원조 코카콜라는 'Coca-Cola'라는 브랜드를 나누어 쓰는 10종이 넘는 종류의 콜라들을 만들어냈다. 이는 결과적으로 기존에 소비자들이 '코카콜라는 무었이다'라고 생각했던 확고한 인식을 혼란스럽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어떤 카테고리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는 첫 주자는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이 브랜드 이름이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대신할 일반명사가 될 만한 이름인가?'"

"강력한 브랜드는 그 자체로 우뚝 서는 브랜드이다. 구태여 기업 이름의 후광을 기대하여 기업 이름을 덧붙일 필요도 없고, 다른 브랜드에 달린 하위 브랜드로 만드는 마스터 브랜딩을 할 필요가 없다."

이름 또한 브랜드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소비자들은 발음하기 어렵고 긴 이름보다는 애플의 '아이팟' 처럼 짧고 간결한, 해당하는 카테고리의 일반적인 명사가 될 만한 이름을 선호한다. 탄산음료보다 '코카콜라'가 친근하듯이 MP3 플레이어보다 '아이팟'이 더욱 친근하다. '구글'은 이미 <검색하다>라는 뜻을 가진 일반적인 명사로 사용자들에게 널리 쓰이게 된지 오래다. 우리가 어떠한 카테고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유명한 브랜드들이 평균적으로 3-4음절 이내로 발음된다는 사실은 이와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아이팟 같은 브랜드를 만드려면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에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는 첫 번째 브랜드가 되면 된다."

"어떤 업종이든 고가 시장과 저가 시장으로 나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먼저 들어가서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

최고는 기술 경쟁이 가속화 됨에 따라 수시로 바뀌지만 최초는 영원하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최초의 성공적인 브랜드를 만들면 후발주자들이 아무리 뛰어난 품질의 제품을 만들더라도 따라잡기 힘들어진다. 한가지 예로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검색엔진인 구글이 우리나라에서는 형편없는 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구글은 미국에서 방대한 웹의 검색 결과를 중요한 순서대로 보여주는 기술로 기존의 강자였던 알타비스타를 제치고 세분화된 새로운 카테고리의 첫번째 주자가 되었다. 

그러나 구글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했을 때는 이미 네이버가 시장을 선점한 후였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뛰어난 검색엔진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구글 대신 네이버라는 이야기이다. 최초는 브랜드에 있어서 그 상징적인 의미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신제품이 성공을 거두는 데 보탬이 되는 유통 전략은 유통경로를 좁히는 것이다. 좁히다 못해 단 하나의 유통망을 이용해야 할 때도 있다."

"소기업은 여러 가지 자원, 특히 경영자의 시간이라는 귀한 자원을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때로는 멋진 아이디어도 포기해야 하는 때가 있을 것인데 그런 아쉬움마저도 감수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은 저자가 말하는 마케팅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이다. 범위를 좁히고 또 좁혀야 한다. 일반적인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의 경영자의 경우 자사의 브랜드 이름 아래 소형차, 중형차, 대형차, 트럭 등 가능한 모든 종류를 총망라하여 라인을 구축하고 싶어한다. 한 가지 시장을 공략하여 얻은 유명 브랜드를 더 많고 세분화 된 시장에 동시에 판매하면 이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여러가지 세분화된 시장에 진출하였기 때문에 더욱 많이 팔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정된 자원의 분산과 브랜드의 정체성이 모호해져 그 가치가 하락하는 결과가 따른다. 잠깐 매출이 증가할지라도 장기적으로 매출에 비해 순이익이 보잘것 없는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 그만큼 브랜드의 힘이 약해지는 것이다.


한 가지의 카테고리에서 1위나 2위를 하는 브랜드와 3위 혹은 그 아래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브랜드의 격차는 놀라울 정도로 큰 것이 일반적이다. 한군데로 모아서 한 가지의 카테고리라도 제대로 장악해야 할 역량을 여러 카테고리로 분산 시키고, 그것도 같은 이름 아래 묶는 라인 확장은 많아진 분야만큼이나 여러 수의 적과 힘겨운 싸움을 하며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결국 경영자는 한 브랜드 아래 여러가지 제품을 구비하기 보다는 각 제품이 각기 다른 이름으로 소비자의 인식 속에 포지셔닝 (Positioning) 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 기업의 이름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스스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최초가 되어 카테고리를 장악할 수 있는 브랜드를 장기적인 안목으로 천천히, 그러나 탄탄하고 확실하게 키워야 한다.


Created by Yunho 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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