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3.0 - 10점
필립 코틀러 지음, 안진환 옮김/타임비즈
원제: Marketing 3.0 - Philip Kotler


경영과 마케팅을 놓고 하나를 고르라면 별 다른 깊은생각 없이 경영을 선택하는 단순한 나는 후배의 추천을 받아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경영과 마케팅은 대학에서 가르치는 다른 종류의 학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역사가 길지 않다. 그래서 정설로 설립된 이론의 수가 적고 관련 지식의 분류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분야이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서 나는 잭 웰치, 피터 드러커 정도만 겨우 그 이름을 접할 수 있었는데, 이 책의 저자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는 마케팅의 1인자로 잘 알려진, 그러나 나는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인물이었다.


학교에서 기본적인 마케팅 이론 수업을 들었지만 깊은 내용은 잘 알지 못했던 나는 코틀러 박사의 무한한 지식과 이론을 통해 기본적인 내용과 조금 더 심화된 책의 주제를 함께 접할 수 있었다. 경영학 저서를 읽는 것에 비해 마케팅 저서를 잘 읽지 않았던 이유 중에 하나는 마케팅 이론이 이윤의 창출을 가장 중요시하는, 즉 ‘고객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어내는 가장 효과적인 기술적인 방법론을 다루는 학문’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나 편견이 나의 무의식 깊숙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기업은 사회의 필요에 의해, 혹은 고객을 위한 새로운 가치의 창출이라는 목적 하에 이루어지고 운영되어야 하는 집단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이 책은 내가 기존에 갖고 있던 마케팅에 대한 그러한 편견들을 버리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아래는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문구들을 내 트위터에 기록한 내용이다. 각각의 트윗은 140자의 글자 수 제한이 있다. 이는 책의 내용을 부분 인용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길이지만, 자칫 앞뒤 설명이 없이 글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 단점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부연설명이나 나의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인다.

 

" 기존 마케팅 4P인 Product(상품), Price(가격), Place(유통 혹은 장소), Promotion(판촉)에 새로이 People(사람) , Process(공정), Physical evidence(물리적 환경), Public opinion(여론), Political power(정치적 권력)가 추가되었다."

-> 코틀러 박사는 고전적인 마케팅 모델이 기술/전술적 차원에 머물러 있음을 비판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모든 마케팅 활동의 중심이 ‘제품’에서 ‘고객’으로 대체되는 전략적인 수준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존 마케팅의 4P에 새로 추가된 요소들이 고객을 둘러싼 환경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것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우리 모두는 마케터인 동시에 소비자다. 마케팅은 단순히 마케터가 소비자들에게 하는 일이 아니다. 소비자들 역시 다른 소비자들에게 마케팅을 한다."


-> 새로운 마케팅 룰은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가치를 기업 스스로가 지님으로써 시작된다. 고객들은 기업이 굳이 마케팅에 많은 돈을 지출하지 않더라도 제품에 관한 경험을 발달된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 Services: 예를 들면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통 채널)나 입소문을 통해 스스로 마케팅한다.


"모든 직원들이 강력한 가치를 포용하게 되면 기업은 어디서 어떤 일을 하는 직원에게든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된다."


-> 안철수가 말하는 ‘영혼을 가진 기업’과 일맥상통하는 구절이다. 기업이 강력한 가치(영혼)를 공유하게 되면 그 구성원이 바뀌더라도 기업과 그 가치를 존속할 수 있다. 경영진과 중간관리자, 그리고 일반사원들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이러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면, 누구라도 자신의 능력에 맞게 권한을 위임받아 회사의 가치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중요한 결정이나 업무의 처리가 가능하다.


"여성은 식품이나 건강 같은 중요한 이슈들에서 강력한 의사 결정력을 갖고 있다. 여성들 가운데 약 44%가 자신의 주도권이 약하다고 느끼고 있으며, 따라서 자신의 권한을 강화해주는 브랜드를 선호한다."


"중산층이란 곤궁한 삶을 감수할 필요가 없으며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무언가를 기꺼이 희생할 마음이 있는 사람들, 하지만 막대한 부를 가지고 삶의 물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태에서 출발하지는 못한 사람들" - 에두아르도 쟈네티 다 폰세카의 정의


"빈곤퇴치의 진정한 해결책은 '투자', 그리고 '기업가정신을 배양하는 것'이다. 바로 물고기를 던져주는 대신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치는 것, 빈곤층에게 스스로 피라미드의 중간 지점으로 올라설 수 있는 힘을 주어야 한다."


"기업의 빈곤 퇴치 해결책의 4가지 요건: 1. 수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큰 혁신의 규모 2. 수 세대를 걸칠 만큼의 해결책의 지속성 3. 가시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해결책의 효과 4. 효율적인 방식로 이루어짐" - 마이클 추


"사회적 비즈니스 기업(Social Business Enterprise, SBE)은 이윤을 내는 동시에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업을 가리킨다. 비정부기구(NGO)도 아니고 자선재단도 아니다." - 무하마드 유누스의 용어


->사회적 비즈니스 기업(SBE)이라는 개념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동안 나는 비영리기업이나 재단, 혹은 비정부기구 등 이윤 창출을 최우선과제로 여기지 않는 조직들을 선망해왔는데 이 개념은 기존 영리기업들도 충분히 사회 전체의 이윤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목표로 설립/운영 될 수 있음을 뜻했다. 이제 소비자들은 그들을 기만, 속이거나 인류 전체에 해를 끼치는 방식(예를 들면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비즈니스)을 고수하는 기업들을 심판하고 직접적으로 보이콧(boycott)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이것은 비즈니스가 최소한 소비자들이 공감하고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운영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피라미드의 최하층을 타깃으로 삼을 경우 기업의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불필요한 서비스를 최대한 줄이고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비즈니스 모델을 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 중심의 서비스와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친환경 제품이나 서비스 시장의 소비자들은 네 종류로 세분화 할 수 있다. '트렌드세터(trendsetter)', '가치 추구자(value seekers)', '표준 추구자(standard matchers)', "회의적 구매자(cautious buyers)' 가 그들이다."


-> 친환경 제품 시장은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기존 시장에 비해 비교적 낮기 때문에 소비자의 세분화를 통해 각 집단에 따른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적절한 유도를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회의적 구매자들의 경우 마케팅에 쏟는 노력과 자원의 양과 상관없이 그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에 다른 세 그룹의 소비자를 우선적으로 타겟팅해야 한다.


"'감성과 이성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것은 바로 이성은 결론을 낳지만, 감정은 행동을 낳기 때문이다.' 특정 브랜드를 구매하거나 충성 고객이 되기로 선택하는 데에는 감정이 대단히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 도널드 칸, 필립 코틀러


-> 감성 마케팅이란 브랜드 전략과 결속되어 이루어져야 한다. 많은 고객들을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 아래 충성 고객으로 만드는 데에는 감성에 호소하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경쟁자 를 존중해야 한다. 시장 전체의 규모를 확장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바로 경쟁자들이다."


-> 추가적 인용: “’수평적 기술 이전’은 수직적 기술 이전에 비해 훨씬 어렵다. 자신의 기술을 경쟁업체에 알려주고자 하는 기업은 별로 없다. 그러나 기업이 혼자만의 힘으로 시장을 성장시킬 수 없다고 느끼게 되면, 그러한 수평적 기술 이전도 가능해질 수 있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경쟁자들과 가격이나 기술경쟁을 하지만 시장 자체가 소비자들에게 생소하다면 단독적으로 시장을 창출하거나 그 규모를 확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경쟁자들과의 적절한 협력을 통해서 더욱 큰 그림을 그리는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노력이 필요하다.


Created by Yunho 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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